고양이 심근비대증(HCM)이란? 단계별로 쓰는 약과 혈전 관리가 중요한 이유

고양이 심근비대증(HCM) 청진하는 수의사와 고양이 일러스트 — 단계별로 쓰는 약과 혈전 관리

안녕하세요. 미우바우입니다. 고양이의 심근비대증이란 질병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건강검진 후에 우연히 이 질병에 대해서 알게 되셨거나, 혹은 아이가 입을 열고 헥헥거리는 증상을 보여서 동물병원에 진료를 보러 갔을 때
이 질병에 대해서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고양이 보호자분이시라면 이미 이 질병에 대해서 인지하고 계시는 경우도 있구요.

오늘은 이 심근비대증이란 무엇인지, 만약 우리 고양이가 이 질병을 갖고 있다면 현재 어느 상황인지, 그렇다면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이며 예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란?

흔히 심근비대증이라고 말하는 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즉 HCM은 말 그대로 심근이 비후해지는 질병입니다. 비후해진다는 말은 보통 의학적으로 많이 쓰는데, 조직이 두꺼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심근이 두꺼워진다는 얘기죠.

위에서 단순하게 심근이 두꺼워진다고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HCM이라고 진단명을 내리기 위해서는 조건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1. 좌심실 벽이 두꺼워져야 한다.
  2. 좌심실의 안쪽 공간은 늘어나지 않아야 한다. (내강이 넓어지지 않는다)
  3. 다른 특별한 원인(갑상선기능항진증, 고혈압 등) 없이 생긴 경우

말로는 이해가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으니, 다음의 이미지를 한 번 봐주세요.

정상 고양이 심장, 비후성 심근병증(HCM), 확장성 심근병증(DCM)의 좌심실 벽 두께와 내강 크기를 비교한 단면 도해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HCM은 좌심실의 벽이 두꺼워지나, 내강이 넓어지지는 않는 질병을 말합니다. 심근이 비후해지는 것 자체는 다른 원인(갑상선기능항진증, 고혈압 등)으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인을 치료하면 다시 심근의 두께가 얇아지기도 하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HCM은 다른 원인 없이 생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글에서도 다른 원인이 없는 경우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면 생기는 문제점

그렇다면 HCM이 심근이 두꺼워지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알아봐야겠죠?

심장의 이완기 때 좌심실은 이완을 하며 혈액을 머금고, 수축기 때 수축을 하여 전신으로 순환시키는데,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면 이완이 잘 되지 않고, 같은 양의 혈액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압력이 필요합니다. 이 압력은 결국 좌심방의 압력 상승을 유발하게 되고, 좌심방의 압력 상승이 오면 좌심방의 압력 완화를 위해 벽이 늘어나 좌심방이 커지게 됩니다. 또한, 좌심방의 압력 상승은 폐정맥의 정수압 상승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폐수종이나 흉수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좌심실이 잘 안 늘어나게 되어서 좌심방이 더 강한 힘을 주게 되고, 이때 좌심방과 폐정맥에도 더 강한 힘이 걸려서 좌심방의 크기가 커지고, 폐수종이나 흉수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폐수종이나 흉수가 생긴 심장의 상태를 울혈성 심부전(Congestive Heart Failure, CHF)이라고 말합니다. 울혈은 피가 제대로 못 나가고 고이는 상태를 말하고,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심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피가 고이는 상태란 뜻이죠.

또한, 고양이에서는 커진 좌심방 안에서 피가 고여 혈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혈전이 동맥을 막는 것을 동맥혈전색전증(Arterial Thromboembolism, ATE)이라고 하고, 흔히 갑작스러운 뒷다리 마비로 나타납니다.

고양이 비후성 심근병증(HCM) A·B1·B2·C·D 단계별 분류 기준, 관리, 집에서 체크할 점과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HCM의 단계별 분류 기준

HCM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같은 HCM이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단계에 따라 증상과 예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HCM을 단계별로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단계분류 기준
A유전적인 소인은 있지만, 아직 병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B1심근병증은 있지만 증상이 없고, 좌심방의 크기가 정상이거나 약간 커진 경우 그리고 CHF·ATE의 위험 요인이 없는 경우
B2심근병증은 있지만 증상이 없고, 좌심방의 크기가 중등도 이상 커진 경우 또는 다른 CHF·ATE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C심근병증이 있어서 울혈성 심부전(CHF)이나 동맥혈전색전증(ATE)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 치료를 해서 증상이 사라졌어도 이 단계에 해당
D치료를 해도 울혈성 심부전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 B2로 보는 다른 위험 요인: 갤럽음, 부정맥, 좌심방 기능 저하, 좌심실 벽의 매우 심한 비후, 좌심실 수축 기능 저하, 좌심방 안의 연기 같은 음영(SEC)이나 혈전, 좌심실 벽 일부의 움직임 이상 (ACVIM 2020)

여기에서 주목해야 될 점은 B1과 B2의 분류이며, 보통은 좌심방의 크기에 따라 분류됩니다.

그러면 이 분류에 따라 어떠한 점이 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HCM의 단계별 분류에 따른 치료

HCM의 단계별 치료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가지 논의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ACVIM 2020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말하겠습니다.

단계치료
B1약 없음
B2항혈전제
C항혈전제 + 이뇨제. 확실한 합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강심제를 써 보기도 합니다.
D항혈전제 + 이뇨제. 좌심실 수축 기능의 문제가 확인되면 강심제를 추가합니다.

표를 통해 컨센서스에서 권하는 내용 위주로 간단히 적어놓았고,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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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M에서 혈전 관리의 중요성

위 표를 보시고 느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HCM 관리에서는 항혈전제를 가장 먼저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1. 현실적으로 울혈성 심부전은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약이 없습니다. 반면에 혈전은 항혈전제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2. 울혈성 심부전의 증상은 집에서 호흡수 관찰로 알 수도 있지만, 동맥혈전색전증의 증상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HCM에서 혈전 예방이 많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HCM의 단계별 예후

HCM의 단계를 구분하는 것은 예후 평가에 있어서도 중요합니다.

단계예후
B1B1 단계에서 머무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B2 단계로 넘어가는지 꾸준한 체크가 필요합니다.
B2대부분 심부전이나 혈전으로 진행합니다.
B1·B2 합산진단 후 심부전이 생기는 비율은 1년 이내가 7%, 5년 이내가 20%, 10년 이내가 24%이고, 혈전은 1년 이내가 3.5%, 5년 이내가 9.7%, 10년 이내가 11.3%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무증상 고양이의 50%가 1,129일 이상 살았습니다.
C(심부전)대부분 수개월, 일부는 2년까지 삽니다. 한 연구에서는 C단계 고양이의 50%가 563일 이상 살았습니다.
C(혈전)1차 진료에서는 61%가 내원 당일 안락사됐고, 한 연구에서는 7일을 넘긴 고양이의 50%가 94일 이상 살았습니다.

* 연구마다 대상이 달라 숫자 차이가 큽니다. 대학병원 고양이인지 1차 진료 고양이인지, 당일 안락사를 포함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출처: ACVIM 2020, Kittleson & Côté 2021, Fox 2018(REVEAL), Rush 2002, Borgeat 2014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B1단계의 고양이는 B1에서 머무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겁니다. 즉, HCM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안 좋아지는 것이 아니니 너무 성급하게 걱정하시기보다는 B2 단계로 넘어가는지 꾸준히 체크를 하고, B2 단계부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햇살 드는 창가에서 편안하게 쉬는 고양이 — 고양이 심근비대증(HCM) B1 단계는 그대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HCM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

그렇다면 평소에 우리 고양이가 HCM을 갖고 있는지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이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B1, B2단계에서는 무증상이기 때문에 집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HCM이 진행되어 울혈성 심부전이 되면 폐수종이나 흉수가 생기면서 호흡곤란의 증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잠자는 상황인데도 호흡수가 빠르거나, 입을 열고 호흡을 하는 경우에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뒷다리의 마비나 통증이 생기면 혈전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양이의 경우에는 미리 건강검진을 하여 B1, B2단계에서 HCM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진을 통해 심잡음이 있다면 HCM을 의심할 수 있고, 심장초음파를 통해 HCM이 있는지 진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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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B1, B2단계의 HCM이 있다면 C단계로 넘어가는지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전의 경우에는 B2단계부터 항혈전제를 사용해 미리 예방해야 합니다. 폐수종과 흉수의 경우는 호흡수를 체크해야 합니다. 집에서 자고 있을 때 1분당 호흡수가 30회를 넘어간다면 폐수종과 흉수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15초의 호흡수를 체크한 뒤 4를 곱해 1분당 호흡수를 구하게 되는데, 1분당 호흡수가 30회가 넘어간다면 바로 병원에 내원하여 폐수종이나 흉수가 생겼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또한 고양이는 입을 열고 호흡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입을 열고 호흡을 하는 게 지속된다면 바로 신속히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또한, 항혈전제를 사용해도 혈전이 생길 수는 있기 때문에 만약 뒷다리의 마비나 통증이 생기면 이 또한 신속히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소파에서 잠든 고양이 옆에서 보호자가 잠잘 때 호흡수를 지켜보는 모습 — 고양이 심근비대증(HCM) 집에서 관리하기

마치며

오늘은 고양이 심근비대증(HCM)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글에서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양이의 비후성 심근병증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건강검진을 통해 병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2. 심장초음파 및 여러 가지 검사 결과에 따라 병기를 나눌 수 있으며, 각 병기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3. 고양이의 비후성 심근병증은 무증상에서부터 급사까지 다양한 예후를 보일 수 있으니, 미리 어떠한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는지 알아두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혈전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제 임상 경험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HCM으로 진단되었다고 슬퍼하시는 보호자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B1 단계에 머무르는 아이들도 많고, B2 단계로 진입하더라도 천천히 단계에 맞는 치료 계획과 함께 하신다면 꽤 오래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너무 걱정부터 하시기 보다는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그리고 꾸준한 체크를 통해 각 상황에 맞는 치료를 적절히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상 미우바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1. Luis Fuentes, V., Abbott, J., Chetboul, V., Côté, E., Fox, P.R., Häggström, J., Kittleson, M.D., Schober, K., & Stern, J.A. (2020). ACVIM consensus statement guidelines for the classification, diagnosis, and management of cardiomyopathies in cats. 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34(3), 1062–1077.
  2. Kittleson, M.D., & Côté, E. (2021). The feline cardiomyopathies: 2. Hypertrophic cardiomyopathy.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 23(11), 1028–1051.
  3. Fox, P.R., Keene, B.W., Lamb, K., et al. (2018). International collaborative study to assess cardiovascular risk and evaluate long-term health in cats with preclinical hypertrophic cardiomyopathy and apparently healthy cats: The REVEAL Study. 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32(3), 930–943.
  4. Rush, J.E., Freeman, L.M., Fenollosa, N.K., & Brown, D.J. (2002). Population and survival characteristics of cats with hypertrophic cardiomyopathy: 260 cases (1990–1999). Journal of the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220, 202–207.
  5. Borgeat, K., Wright, J., Garrod, O., Payne, J.R., & Fuentes, V.L. (2014). Arterial thromboembolism in 250 cats in general practice: 2004–2012. 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28, 102–108.

임상경력 14년차의 동물병원 원장 미우바우입니다.

이 글은 참고용 정보이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동물병원 내원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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